자동차·가전·이동통신 등 기업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소비자 권리를 찾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특정 기업과 상품에 항의하는 이들 ‘안티(anti) 사이트’는 짧은 시간에 많은 피해 소비자들을 결집시킨다는 점에서 기업들에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안티 인터넷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삼성그룹. 국내 최대 그룹이지만 계열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워낙 다양해 소비자가 불만을 느끼는 빈도도 높다. 삼성에 대한 안티 운동은 전자제품·휴대전화기·아파트에서부터 ‘삼성 해고자 복직투쟁’까지 다양하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가 생산하는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가장 크다. 단말기에 결함이 많다는 항의와 함께 최근에는 단말기 리콜(Recall·제작결함에 따른 무상 교환·수리)까지 요구하고 있다. ‘안티 현대자동차’ 및 ‘안티 SK텔레콤’ 사이트에는 자동차 결함과 이동통신 서비스 불량의 시정을 요구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또 외국계 기업들의 판매증가에 따라 이들 업체에 대한 안티 사이트도 등장했다. 수입차 시장 1위 기업인 BMW코리아의 경우 최근 BMW 스포츠세단 ‘M3’의 엔진불량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가 ‘안티 BMW’ 사이트를 개설한 후 불과 20일 만에 방문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소비자들이 안티 사이트를 개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기업들이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이혜숙 기획실장은 “소비자가 혼자서 회사에 대해 피해보상 요구를 할 경우 대부분 기업들이 무시하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비슷한 피해자들이 집단적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할 경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인터넷 홈쇼핑 업체는 인터넷 광고를 보면 컴퓨터 구입비를 되돌려 준다고 해놓고 약속을 어겼다가 피해자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항의하자 대표가 구속됐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기업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반면 기업이 예상치 못했던 결함을 알려준다는 측면에서 적절히 활용할 경우 품질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안티 운동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 ‘랑콤’은 판매 직원들의 불친절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안티 사이트를 개설하고 피해 소비자들을 규합해 단체로 항의하자, 회사 고위 임원이 나서 직원들의 친절 교육을 약속하고 매장 직원 수를 대폭 늘렸다. 현대차 이용훈 상무는 “‘안티 트라제XG’ 운동을 벌이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수용해 일찌감치 리콜을 실시하고 품질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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